(나왔습니다)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

3년 만에 드디어 제출한 숙제: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
최성민, 최슬기 지음
안그라픽스 발행
20,000원
336쪽

표지 사진:
바르바라 피서르Barbara Visser, <네덜란드에서 하루를 / 네덜란드를 하루에A Day in Holland / Holland in a Day> (2001) 사진 연작 중. 제공: 아넷 헬링크 갤러리Annet Gelink Gallery. 사진 배경: 일본 나가사키 하위스 텐 보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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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 글]

본디 이 자리에는 책 성격을 요약해 소개하는 글을 적을 생각이었다. 그 글은 이 책에서 ‘네덜란드’가 현실 서유럽 국가이자 추상적 가치임을, ‘디자인’이 매우 좁고 제한적이면서도 무척 넓고 모호한 대상임을, 우리가 말하는 ‘여행’이 실제 물리적 여행뿐 아니라 지적, 감각적 상상 여행도 포함한다는 점을 설명해 줬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왜 ‘불공평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지, 왜 독자의 배낭 여행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 왜 우리가 네덜란드 디자인에 대한 매혹과 회의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지도 밝혔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객관적 서술과 주관적 경험, 우리 목소리와 다른 사람들 목소리, 농담과 진담,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는 점도 미리 경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친절한 설명이 적힌 뒤표지는 어딘지 관습적이고, 책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대안은 여럿이었다. 앞표지 사진에 호응하는 네덜란드 우표를 넣자는 생각, 앞표지와 같은 구도로 우리 자신 사진을 찍어 쓰자는 생각, 한국어 책 제목을 네덜란드어로 엉터리 자동 번역해 넣자는 생각, ‘헤라르트 반 헤일런 박사’라는 가공 인물 명의로 추천사를 지어 넣자는 생각,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목록’을 싣자는 생각, 에어브러시로 그린 오렌지 (주스) 삽화를 넣자는 생각, 휘스 히딩크 감독 사진을 넣자는 생각 등이 있었지만, 어느 하나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뒤표지를 그냥 비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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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6 머리말

1부: 매혹

12 헤라르트 욜링과 흐라피스 온트베르펀 — 어느 낯선 디자인 문화에 매혹되는 이유
24 책은 친구를 만든다 — 인쇄물 이야기 [최성민]
32 카럴 마르턴스 [로빈 킨로스]
56 오아시스 예찬
72 메비스 반 되르선 — 대부와 대모
84 게으른 리뷰 또는 … 차례

2부: 실감

104 얀 반 에이크에 대해 늘 궁금했으나 감히 묻지 못한 모든 것
120 느리게 걷기 [최슬기]
130 빌라크 부부의 타이포테크 — 전면 광고
148 암스테르담에서 하루를
164 암스털 242 반지하 사내들 — 한스, 로허르, 라딤
186 러스트, 작업실, 지도
200 테마 파크와 큐파크 — 타임머신 엘리베이터 또는 공동묘지 탈출
208 인터르시티 이방인들
216 진보적 인종주의?

3부: 고민

224 그때 그 사람들 — 인용문
230 광란병 [마이클 록]
258 익스페리멘털 제트셋 — 펑크 미니멀리즘, 스펙터클의 사회, 사이키델릭 팝,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드발랑스]
280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 — 도제 교육의 (탈)현대적 부활?
298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생각하며
306 연구하고 파괴하라 — 연구 행위로서 디자인을 위해 [다니엘 반 데르 펠던]

324 꼬리말
325 이미지 출원
326 찾아보기

336 2006/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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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은 우리가 그 나라 디자인 문화에 대해 품은 매혹, 애정, 의심, 우려를 짧은 글 여러 편에 나눠 적은 책이다. 그 바탕에는 세 가지 네덜란드 여행이 있다. 첫째는 책이나 잡지를 통한 매혹과 상상의 여행이다. 간접 여행을 통해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네덜란드 디자인에 매혹됐고, 2003년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가 왔을 때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렇게 둘째 네덜란드 여행, 즉 일시적 내부인으로서 장기 여행이 시작됐다. 그리고 셋째는 2005년 한국에 돌아온 후, 다시 방문객 입장에서 한 몇 차례 짧은 여행이다.

세 여행에서 우리는 조금씩 다른 시각과 지식을 얻었다. ‘더치 디자인(Dutch Design)’에 대한 관심과 매혹은 직접 경험과 인적 교류를 통한 더욱 깊은 이해로, 일정한 실망과 회의로, 어쩌면 좀 더 균형 잡힌 지식과 고민으로 발전했다. 이 책을 내는 목적은, 무엇보다 그렇게 축적된 지식과 인식을 타인과 나누는 데 있다.

한편, 우리는 책을 냄으로써 그간 우리를 지배한 더치 디자인 유령을 쫓아내고 싶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 디자이너 대부분이 네덜란드인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디자인에서 네덜란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책으로 그 냄새를 씻어낼 수 없다면, 적어도 그것이 그리 특별한 냄새가 아님은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이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이 ‘불공평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디자인’은 모든 디자인을 포괄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은 우리가 하는 일, 즉 그래픽 디자인에 — 치중 정도가 아니라 — 사실상 국한돼 있다. 그런데 정작 그래픽 디자인에서 시야를 조금 돌릴 만할 때, 우리는 인접 디자인 분야보다는 오히려 사회나 정치 이야기를 한다. 바꿔 말해, 우리는 제제 선택에서 균형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그저 관심이 절로 닿는 것들을 무작위로 골라 이야기한다. 그러니 불공평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다른 디자인 문화에 대한 시각에 우리 자신의 욕망이 스며들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 역시 현재 상황에 따른 굴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객관적 지식과 주관적 편견을 구별하지 않는다. 제한된 경험과 희미한 기억의 왜곡을 교정하려 들지 않았기에, 이 책은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여행 안내와 ‘절대’ 믿을 수 없는 사적 메모의 중간 형태로, 또는 그 모두로 읽힐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불공평하고 불완전하다.

그런데 이렇게 흠 많은 여행기조차 온전히 우리 힘으로만 썼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일 테다. 네덜란드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지식에는 우리 자신의 직간접적 경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 지식 역시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몇몇 ‘다른’ 사람에게 찬조 출연을 요청했다. 책의 객관성을 높이거나 우리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가 받은 영향을 솔직히 밝히고 그들과 독자의 대화를 중재하려는 목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여기 옮겼다. 그러나 책이 내비치는 오해와 편견에 그들 책임은 절대로 없음을, 머리말의 상투성을 무릅쓰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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